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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소통이 절실한 시절

조회 수 1881 추천 수 0 2016.03.22 10:58:48

*김동길 교수의 화전에 대한 글에 자극을 받아 오랜만에 짧은 글을 올려놓기로 했다. 꽤 알려진 유통업체의 사장으로 은퇴한 분이 젊은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 원고를 보내어 부탁한 추천글의 앞 부분이다. 책의 제목은 "21세기 난중일기"로 되어 있고 자비로 출간하여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무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란다.

   

“21세기 난중일기집필 소식을 처음 들은 곳은 개미마을이다. 그곳은 서울의 홍제동 인왕산 중턱에 있는 달동네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의 미국인 유학생이 작성하는 논문을 심사하는 인연으로 찾게 되었다. 그의 네덜란드인 지도교수의 요청으로 만나본 학생에게 나는 영어로 물었다. “개미마을을 연구지로 선택한 까닭이 무엇이지요?” 그는 서툰 우리말로 대답했다. “거기에 텃밭들이 많이 있어요. 늦기 전에 텃밭을 가꾸는 방식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나이든 주민들이 돌아가시면 그 분들이 아는 전통지식이 영원히 사라지잖아요.” 원고를 읽어보고서야 나는 개미마을이 6·25 동란을 겪은 피난민들이 이룬 무허가 동네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주민들은 대부분 70~80대이겠다. 지기 몇 명을 꼬드겨 그곳에 갔던 날 저자의 문자를 받은 것이다.

 

그 다음 주, “생활 속의 생태학강의를 듣는 학부학생들과 함께 내 출근길에서 답사를 했고, 이번에는 작은 사태가 생겼다. 출발을 앞두고 경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지나가던 노인이 우리를 향해 버럭 화를 낸 것이다. 학생들이 내 설명을 들으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중심 통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잘못이라 사과를 했지만 노인은 화를 풀지 않았다. 다시 죄송하다고 하였으나 붉은 얼굴로 한 번 더 고함을 지른 다음에야 물러가셨다. 그리고 사태의 뒷맛이 젊은 학생들에게도 남았던가 보다. 한 학생의 답사기에 적은 내용을 조금 고쳐 보면 이렇다. “이것은 노인들이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사회적으로 받아왔던 대우를 젊은이들이 빼앗아간다는 노인들의 피해의식이 생긴 것이다. 그와 함께 노년층을 꼰대정도로 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사건은 세대 사이에 놓인 괴리의 편린으로 보인다. 그렇게 서로를 부담스럽게 보는 시선은 줄어든 만남과 소통의 시간이 낳은 결과일 터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어른들과 청소년들은 바쁜 삶에 쫓겨 서로 말길을 닫은 채 지내고 있다. 나는 이 현상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커다란 잠재적 위험요소로 본다. 세대 사이의 위화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디선가 더 큰 사건으로 불거질 소지가 크다. 늦기 전에 서로를 보듬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성숙한 경험과 젊은 아픔을 서로 나눌 기회를 늘이는 것이 마땅하다.

 

 

* 이하 경험담의 기록은 소통과 전통지식 보존에 도움이 되는 방편이라는 내용을 적었으나 생략한다.


조유리

2016.03.22 12:37:42
*.46.48.209

헉 교수님 생생 답사지에서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몰랐네요. 교수님의 짧은 글을 읽고나니 종호가 제주도에서 행할 연구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세대 간 위화감의 극복과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때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윤성수

2016.03.23 14:12:21
*.46.48.209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75554&no=12&weekday=mon 전 이 웹툰이 떠올랐어요 ㅋㅋ 그리고 둠벙에도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서 저희가 모르는 지식의 단절이 무엇이 있을 지 더 생각해 보아야 겠네요... 일본에서는 관개용 연못의 물을 가을마다 빼내고 아래 침전물을 비료로, 그리고 물빠진 연못 안에 남은 물고기는 음식으로 썼지만 점점 이런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Usio, N., Imada, M., Nakagawa, M., Akasaka, M., & Takamura, N. (2013). Effects of pond draining on biodiversity and water quality of farm ponds.Conservation Biology27(6), 1429-1438).저도 서천을 돌아다니며 물고기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침전물을 비료로 쓴다는 말은 듣지 못해서 더 궁금한 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놓치고 있는 물질 순환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민주

2016.03.23 16:27:51
*.42.223.181

생활 속의 생태학 답사를 함께 했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기억합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쓴 짧은 감상이 거침없이 생각을 표현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전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전체 답사기를 읽어보지 못했지만 글쓴이의 생각이 화내신 노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쓴이의 감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보다 세대간 단절과 그 거리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민하다 보니 제가 노래방에서 종종 부르는 강산애씨의 할아버지와 수박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는데요, 전 젊은 세대의 시선과 마음가짐이 그 해결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과 생각을 하게 한 교수님의 글에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profile

이도원

2016.03.25 17:18:42
*.47.61.133

지금 보니 사진첩의 2016년 3월 11일 생활속의 생태학 출근길 답사 첫 사진이 바로 그 문제의 장소였구나.

김고운

2016.04.02 14:31:26
*.215.192.204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교수님 정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학생들도 민망했을 것 같구요... 저도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신 문제의식을 통감하고 제 연구와 연결짓고 있는 1인으로서, 박사 졸업 이후에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해 어떤 일을/연구를 해야할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내는 요즈음 입니다. 자연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세대 간의 관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치유가 가능할거라 믿고 제 자리에서 더 열심히 고민해야겠습니다. 

profile

이도원

2016.04.03 10:19:05
*.115.61.210

Krasny 교수님이 주고간 Civic Ecology 책이 내게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2000년 초 내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실현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통생태학 공부를 하면서 서양의 ecology 가 동양의 생태학으로 확장되는 길이 필요하다고 봤다. 동시에 출근길 생태학에서 내 집 앞 가꾸기가 노인과 손자 손녀들의 소통을 낳는 풍토를 진작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또한 학교 틈밭 가꾸기라는 피움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Civic Ecology 는 바로 그 기대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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