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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짧은 감상

조회 수 2667 추천 수 0 2016.10.08 08:24:25

참 오랜만에 종로에 갈 일이 생겼다.

덕분에 시집 하나 구할 여유를 얻었네.


못을 메우다


마당에 손바닥만 한 못을 파고 연(蓮) 두어 뿌리를 넣었다

그 그늘에 개구리가 알을 슬어놓고 봄밤 꽈리를 씹듯 울었다

가끔 참새가 와 멱을 감았다

소금쟁이와 물방개도 집을 지었다

밤으로 달이나 별이 손님처럼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다

날이 더워지자 개구리를 사랑하는 뱀도

슬그머니 산에서 내려왔는데

그와 마주친 아내가 기겁을 한 뒤로

장에 나가 개 한마리를 구해다 밤낮없이 보초를 서게 했다

그사이 연은 막무가내 피고 졌다

마당이 더는 불미(不美)하지 않았으나

마을에 젊은 암켜가 왔다는 소문이 나자

수컷들이 몰려들어 껄떡대는 바람에 삼이웃이 불편해했고

어쩌다 사날씩 집을 비울 때면 그의 밥걱정을 해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못을 메워버렸다

마당에 평화가 왔다.


이성국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에서


그럴 듯한 현실을 상상으로 그려본 것일까?

사람이 만든 못에 찾아오는 뭇생물,

그 못을 메워야 하는 그럴 듯한 사연.

그러나 삭막해지는 평화가

나는 못마땅하다.

평화라기 보다 죽음의 적막을 닮아가는 길을 그리고 있다.


김동길

2016.10.08 23:35:50
*.55.97.74

오랜만에 인터넷이 연결되어 들렀습니다. 올려주신 시와 감상을 읽으며

이번 학기 "기후변화와 환경" 수업 시간에 재미있게 토론할 만한 주제를 하나 찾았습니다.


연못을 만들면서 마당이라는 그 체계 안에 새로운 위계가 형성이 되었고

최상위 개체인 '보초(만) 서는 개'를 위한 지속 가능한 먹이 공급 방법이 강구되지 못해서

그 체계가 평화롭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닿게 되었네요..

 

"어쩌다 사날씩 집을 비울 때면 그의 밥걱정을 해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

마당에 평화가 왔다."


과연 ?????? 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체계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최상위 개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 에 무엇을 넣고 싶으세요.

댓글로 남겨 주세요. 제가 나중에 에티오피아 학생들의 답변들과 비교해 볼께요.

profile

이도원

2016.10.10 04:41:02
*.186.168.105

품앗이(이웃과 돕고 도움받는 관계)를 찾았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수캐들의 방문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 아예 개도 숫컷으로 바꾸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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